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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분석 전 알아두어야 할 개념

패러다임 2021. 11. 16. 21:23

린 분석은 린 스타트업의 연장선에서 나온 개념으로 고객 개발을 비롯해 많은 개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나오게 되었다. 따라서 린 분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관련 개념들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앞으로의 글에서 개념을 설명하고 실제 케이스에 어떻게 적용이 되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0. '린(Lean)'

'린'이란 저렴하거나 규모가 작다는 의미가 아니라 낭비를 없애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것은 어떤 규모의 조직에도 도움이 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1. 고객 개발

고객 개발은 스티브 블랭크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블랭크는 교수이면서 창업가였다. 기존의 제품과 기업 구축의 관념은 '일단 만들면 고객이 올 것이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론을 폭포수 방법론이라고 하는데, 폭포가 위에서 아래로 중력 방향으로 흐르듯 제품의 판매도 위(제품 제작)에서 아래(고객 구매)의 흐름대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블랭크 교수의 고객 개발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에서는 제품과 사업의 방향에 큰 영향을 주는 지속적인 피드백을 입수하는 매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스티브 블랭크는 그의 저서 'The Four Steps to the Epiphany'에서 고객 개발을 최초로 정의했고 'The Startup Owner's Manual'에서 봅 도르프와 함께 개념을 발전시켰다. 스타트업에 대한 아래의 정의는 블랭크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스타트업이란, 확장 가능하고 반복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2. 린 스타트업

고객 개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린 제조 방식을 결합해 제품과 사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체계를 정립한 것은 에릭 리스라는 사람이다. 이 체계를 통해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정의했다. 에릭 리스의 결과물은 초창기에는 신생 기업에 적용되었지만, 지금은 모든 규모의 조직에서 혁신과 파괴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린 스타트업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구축→측정→학습인데, 비전 수립에서부터 제품 기능 개발과 영업 채널 및 마케팅 전략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이 과정을 적용할 수 있다. 이 주기를 빠르게 반복하면 적절한 제품과 시장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측정의 정확도가 높을수록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 주기는 제품을 개선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현실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필요한 최소의 기능 제품을 구축하는 것은 혁신 회계의 일부이다. 에릭 리스는 혁신 회계는 현재 기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린 분석은 혁신을 정량화하는 방법으로서 꾸준히 현실을 확인하도록,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도록 돕는다.

 

 

위의 개념을 숙지했다면 이제야 린 분석을 위한 기초가 완성된 것이다. 린 분석은 개념을 만든 창시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고 한다. 책의 완성까지는 1년이 걸렸지만,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고 하는 것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책의 완성도가 높다.

 

필자도 주위의 권유로 스타트업 재직 시절에 린 분석을 시작했다. 책을 여러 번 읽고, 적용이 될 만한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적용이 되는 부분이 많았고 객관적으로 대표와 팀원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가볍게 분석하면 가볍게도 가능하지만 제대로 적용하려면 한없이 어려운 개념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그래서 많은 조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도입했다가 껍데기만 남은 조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최근까지 대형 금융그룹에 재직했다. 수년 전, 필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CEO가 바뀌면서 애자일(Agile)이라는 개념에 영감을 얻었는지 애자일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애자일 조직 내에 직급을 없애버리고 '프로'라는 이름으로 직급을 통일해 버렸다. 필자의 동기가 그 부서에서 근무했는데 해당 부서의 안팎으로 듣는 평가는 좋지 않았다. 역할은 현업 부서와 개발 부서의 중간쯤이었는데 부서에서 근무하던 동기조차 부서의 정체성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현업과 개발의 중간에 있으니 현업 일도 하고, 개발 일도 하면서 욕이란 욕은 양쪽에서 다 먹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해당 부서 내에서는 서로 '프로'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리', '과장', '부장'이라는 호칭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업무 영역에서는 현업도 개발도 하기 싫어하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업무만 하고 있었다.

 

분명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는 CEO의 의도는 굉장히 순수하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도입을 결정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CEO는 '애자일'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나서는 조직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만일 위에서 설명한 스타트업의 핵심 개념인 구축→측정→학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애자일 조직을 만들었다면 대형 금융그룹의 네트워크와 스타트업의  특성(빠른 확장, 반복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이 결합되어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고객 개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CEO가 원한 것은 '우리는 이렇게 유연한 조직이다'라는 타이틀뿐이었고, 그로 인해 명분만 있고 기능이 없는 조직을 신설하여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게 되었다.

이처럼 린 스타트업의 개념은 많은 조직에서 탐내기 좋은 개념이다. 하지만 적당히 도입할 바에는 아예 적용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 특히 자원의 활용이 중요한 스타트업이라면 더욱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과연 끊임없이 린(Lean) 하도록 CEO와 구성원들이 신경 쓸 수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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