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운동

패러다임 2021. 11. 16. 02:00

만들 수 있는 것을 팔지 말고 팔리는 것을 만들어라.

린 스타트업 운동은 사업 계획에 있어서 제일 위험한 부분을 찾아내어 빠르고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위험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제목에 나와 있듯 '만들 수 있는 것을 팔지 말고 팔리는 것을 만들어라.'라는 문장은 사업 주체의 상황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창업자 대부분은 고객이 원해서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내가 가진 아이템을 세상에 팔기 위해서 나온다. '나는 음식을 잘하니까', '나는 손재주가 좋으니까'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내가 전공한 것은 기계공학이고 나는 박사니까', '이 연구 결과는 매우 신뢰도가 높으니까' 사업화하면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필자는 환경공학 박사를 알게 되어 뜻밖에 창업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박사는 친환경 소재를 연구하는 박사였는데 생물 중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유해 종으로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수행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최근에 알게 된 스타스테크의 양승찬 대표의 연구를 인용하며 말을 한 것이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것은 학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제품이다"라며 열변을 토했다. 그 내용은 불가사리 자체에도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불가사리도 차량이나 기계를 녹슬게 만들어 부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스타스테크의 제품이 전 세계로 팔려 나가면서 '부식 없는 친환경 제설제'라는 것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본인의 연구는 단가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불가사리로 만든 것보다 훨씬 부식이 적다는 학술적인 이야기를 강조했다.

 

필자는 그 박사의 의견에 학술적으로는 완벽히 동의한다. 필자의 전공과는 다르지만, 그 박사의 이야기는 학술적으로 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부식이 없는 친환경 소재면 당연히 염분이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스타스테크의 제품은 불가사리라는 바다생물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염분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부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학술적으로는 매우 동의하는 의견이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매우 타당하다고 해서 상업적으로, 사업적으로 완벽한 모델일까? 불가사리에 포함된 미량의 염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대체재를 사용하는데 대체재는 시장에서 매우 비쌌다. 그리고 스타스테크에서 불가사리를 고른 이유는 불가사리가 `바다의 해적`으로 불릴 정도로 어업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자체에서 불가사리를 잡아 오면 포상금을 주기도 했다고 하니 환경적으로 해로운 종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스타스테크에서는 불가사리를 제설제의 재료로 쓴다는 것 자체가 환경에 이롭다고 판단했고, 동시에 재료를 무료로(혹은 돈을 받고) 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학술적으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나 단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불가사리로 제설제를 만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즉,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완벽한 제설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친환경으로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제품은 자동차 시트를 재생해 가방을 만드는 `컨티뉴`라는 회사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멀리서 들으면 박사가 바보스러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전문성이 있는 곳에 발을 담그게 되면 너무 깊이 해당 분야를 이해해서인지는 몰라도 시야가 매우 좁아져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지난 포스팅에 확증편향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어쩌면 확증편향은 자신의 전문성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더 린 분석과 린 스타트업 운동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확증편향 없이 객관적으로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어려운데 남이 원하는 것을 내 배경지식과 자라온 환경과 무관하게 판단하여 찾는다는 것은 말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기에 린 분석이 필요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데이터에 근거하면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객관적으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내 생각과 다르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위의 사례에서 박사는 자신의 연구가 상업화되기 어렵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이 사업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고 창업자의 직관과 경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 바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순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린 분석은 어떤 문제가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증명하고 고객을 파악해서 어떤 것을 만들지 판단하고 비즈니스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회사의 제품을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등 사업의 단계별 현황판인 대시보드(Dashboard)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린 분석을 해도 매번 완벽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린 분석을 한다면 완벽한 오답은 명확하게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정답을 찾는 것보다 오답을 피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혁신적인 창업가가 완벽한 오답을 피해 위험을 줄여가면서 사업을 위해 노력한다면 금세 혁신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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