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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10만원 불려오기 프로젝트(Feat. {창})

패러다임 2023. 10. 23. 23:59

1. 3주 안에 10만 원으로 매출 극대화하기

창업가 마인드를 기르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창업을 해보는 것이 제일 좋다. 다만, 현실적으로 창업을 바로 할 수는 없으니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현재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곳에서 '3주 안에 10만 원 불려 오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떻게 보면 창업 없이 창업가 마인드를 길러주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직접 돈을 벌어보고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고객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시장에서 내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두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빠르게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사람은 단단해지고 창업가 마인드도 함양할 수 있다.

 

2. 그래서 뭘 할 건데?

사실, 처음에는 장사를 해보려고 했었다. 사업의 가장 기본이자 노가다를 하면서 초심을 되찾자는 의미에서였다. 양재동에서 꽃을 떼다가 낱개로 포장해서 헌팅 스팟(강남, 이태원, 홍대 등)에서 팔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한 송이에 5,000원씩 팔면 "소주 한 병 값으로 이성의 마음을 사세요!"라고 후킹(Hooking)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헌팅하는데 장미꽃은 너무 올드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고속도로에서 옥수수 팔기를 해볼까 생각했다. 어려운 일을 하면 창업 초기로 돌아가서 초심부터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녹록지 않았다.

 

3. 개인이 아니고 팀이거든

팀은 필자가 희망한 한 분을 제외하고는 랜덤으로 배정되었으나, 추가로 배정된 분들은 좋은 분들이었고 팀 분위기도 좋았다. 우리의 팀은 5인이었고, 각자가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으며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필자는 팀장이었다.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협의하면서, 특히 팀장이라고 아무것도 아닌 감투 하나 썼다고 고상해진 모양인지 노가다를 하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필자는 농구를 오래 하면서 개인보다는 팀을 중시하는 사람이기에 필자의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자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민주적으로(?) 5인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먼저 모아서 동의 과정을 거쳐 채택하기로 했다.

 

5명의 각기 다른 아이템이 나왔다. 문제는 이렇게 아이데이션 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걸 합의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각자의 아이템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자식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자식을 부정하고 내 자식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최대한 부드럽고, 원만하게 협의를 하고자 했다.

 

4. 아이템의 기획부터 회의, 실행, 그리고 결과까지

1) 아이템 기획

아이템의 기획은 위의 아이디어를 카테고리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했다. 교육/중개/네트워킹&소셜 카테고리로 나누고, 카테고리를 먼저 선택하고 아이디어를 좁혀서 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네트워킹&소셜 카테고리로 가려고 했는데, 문제는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네트워킹&소셜 카테고리에서 또 아이데이션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카테고리를 정하는 것은 아이템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Positive 방식처럼 선택하는 것이 아닌, Negative 방식으로 하지 않을 것을 제외하기로 했다. 수익이 나기 어려운 것,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우선적으로 제외했다. 그러고 보니 결국 두 개의 아이디어가 살아남았고, 끝장토론 끝에 [6. 스피치, 자신 있게 말하기]가 채택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필자의 아이디어였고, 여기서부터 고통이 시작되었다.

 

2) 아이템 사건의 지평선

아이템이 정해졌지만 정해진 게 아니었다. 슈뢰딩거의 아이템

'스피치'라고 말했지만 '스피치'라는 것도 매우 범위가 넓고 고객군도 다양해서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아이템이 매우 달라진다. 필자가 생각했던 것은 완전 초급이 아닌, 초중급~중급 대상의 스피치를 하려고 했었다. 스피치 시장은 대부분 아나운서들이 잡고 있는데, 그들이 하는 스피치와 사업가나 직장인으로서 필요한 스피치는 명확히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기획이 들어간 스피치를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왕초보를 위한 스피치를 기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 BM이 있는 사업, 시스템화할 수 있는 사업 등 사업 다운 사업으로 하고 싶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여기에서 적당히 중재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팀원들의 의견을 다 수용하려 하다가 아이템이 산으로 가고 말았다. 블랙홀의 경계선에서 선을 넘으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지점을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하는데, 필자가 말한 지금 이 지점이 10만 원 프로젝트의 사건의 지평선이었다. 이걸 중재하지 않고 받아들인 순간, 프로젝트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노가다'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사업'으로 넘어갔으니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3) 실행 과정

필자가 왜 노가다를 강조하냐면, 사업 초기에 겪은 하찮게 생각하는 단순반복적이고 무식해 보이는 일들이 나중에 자신과 사업을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혀야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사업은 절대 고상한 것이 아니며,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 있는 곳이다.

 

아이템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으면서 일정 부분 고상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교육 사업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나의 취향이 가득 담긴 골동품 가게를 온라인에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오길 바라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 생각보다 고객의 반응이 없자, 그때서야 위기를 깨닫고 발로 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당근마켓에 들어가서 고객인척하고, 길에서 전단지를 돌렸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업은 그렇게 노가다를 해서는 부작용이 많은 사업이었다. 결국, 우리는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다.

 

4) 프로젝트 결과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자 우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창}의 멤버에게 마지막 셀링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시도조차 통하지 않았고, 우리의 주된 매출원에서는 하나도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매우 많은 점을 배우긴 했다. 어떻게 팀을 구성하고, 어떻게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야 되는지에 대한 단서를 많이 얻었다. 그리고, 리더십에 대해서 정말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시장의 중요성과 고객을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5. 개인 회고(KPT 회고)

1) Keep, 잘하고 있는 점

우리 팀은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불꽃놀이 기간에 불꽃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있었음에도, 밖에 불꽃이 터지든 아시안게임 축구를 하든, 팀원 모두가 집중해서 밤늦게까지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우리의 열정은 누구보다 뛰어났고, 팀원이 모두 마음이 맞았던 점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불꽃이 터져도 우리는 회의를 했었다.

 

2) Problem, 어려움을 겪은 점

모두의 의견을 합치시키려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했다. 팀원이 5인이었던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필자의 리더십을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3) Try, 개선 방안

아이템을 Market Fit에 맞게 수정해서 내놨어야 하고, 그전에 고객과 시장을 명확히 정의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 생각 없이 장사를 했었어야 했다. 또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템을 하나만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반응이 오는 것부터 했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하자고 할 것이지만, 지금은 개선을 하지 않을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6. 한번 더 해보고 싶긴 하다.

아쉬움이 너무 남아서 한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창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한번 다시 해보면 어떨까 싶다. 사실, 여기서 3주 프로젝트라고 했지만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기간은 10일 내외였던 것이 너무 짧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팀들의 느낌으로 내가 다시 해보려고 한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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