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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사내벤처에서 실패한 자세한 7가지 이유

패러다임 2023. 10. 7. 19:11

1. 사내벤처?

사내벤처란, 사내에서 창업하는 벤처기업을 말한다.

사내 독립기업이라고 부르며 CIC(Company In Company)라고 부르기도 한다. 회사 내에서 창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을 최소화하며 창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잘못 생각한 실패의 이유

필자는 사내벤처에 실패했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외부에 있다고 생각했다. 초창기에는 이런 이유로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이유1. Top-Down으로 사장님을 설득하면 정치 풍파를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사장님
이유2. 우리 회사에는 사내벤처 제도가 없었기에 최초로 시도하면서 기존의 기득권과 부딪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실패 사유로 충분한 이유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에 회고해 보니, 훨씬 더 복잡하고 많은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3. 다시 돌이켜본 실패의 7가지 원인

1) 사람(팀원)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과 창의적인 환경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다르다. 필자는 같이 일해봤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일을 잘할 것으로 판단했다. 새롭게 구성할 조직과 능동적으로 일해야 하는 업무 환경에 대한 속성을 파악했어야 했고, 그것을 감안하여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의 역량을 판단했어야 했다. 적성과 역량이 새로운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면 팀원이 미래에 겪을 어려움과 위험을 고지하고, 팀원에게 주의를 먼저 주고 합류시켰어야 했다. 그러면 당장 맞지 않더라도 본인이 이미 알고 뛰어든 것이기 때문에 행동이 달랐을 것이다. 그 점을 팀원들이 모르고 뛰어들었기 때문에 괴롭고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던 것이다.

 

2) 사람(의사결정자)

사장의 추진력과 지원에 대해서 얼마나 카리스마 있는 사람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전 사장님의 경우에는 깡패 스타일인지라, 어떤 형태든 사장님을 설득했다면 무조건 추진이 됐을 것이다. (물론, 깡패 스타일이기 때문에 필자가 설득 자체를 못했을 가능성도 많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장이 지지를 했다고 해도 Top에서 Down까지 진행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장이 진심이건 진심이 아니건, 일단 OK를 했을 때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했어야 했다. 지금 사장은 카리스마가 부족하여 본인이 OK를 해도 임원들이나 부서장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는 휘둘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런 것을 판단했어야 했는데 나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한다고 해서 방심했던 탓이 크다. 

 

3. 조직 분위기

조직에서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남을 끌어내리려는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 내 사업이 잘되는 것보다, 남의 사업이 안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았다. 잘되려고 경쟁하는 것보다, 잘될 사람이 안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쉽고 편해서 그런지 남을 끌어내리려는 사람과 조직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예전에 사장님 직속 기구에 있을 때, 필자는 A라는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B라는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TF에 있는 부장님이 농담으로 "A 잘되고 있어? 너무 잘되면 우리가 힘든데~"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편한 사이여서 농담한 것이겠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무의식 중에 나온 말들이 진심을 반영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4. 사람(복병)

지지자인 줄 알았는데 복병, 적이었던 사람들이 있다. 평소 나와 친하다고 생각했던 이사님, 열려있다고 생각했던 실장님이 대표적이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사장과 동일한 요인인데, 평소에 나를 지지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가 하는 사업을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합리적인 이유(사업성, 가능성 등)로 인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은 그런 조직이 아니다', '그동안 해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즉,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나에 대한 우호성과 상관없이 반대표를 들고 나오는 복병이 되었다.

 

5. 사람(뜻밖의 지지자)

이건 실패요인이라기보다는 미리 파악했더라면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법한 요인이다. 되게 옛날 사람이라 닫혀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부장님, 실장님은 겉으로 판단했을 때는 이 사업에 매우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또한 편견이었다. 오히려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며, 필자가 없는 곳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 요인을 미리 알았더라면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건 위에서 서술한 팀원과 의사결정자를 파악하는 맥락과도 일치한다. 내가 선호하는 사람과 이 사업을 지지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6. 전략의 근거 없는 수정

필자가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Top-Down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대상들을 List up 했다. 사장님부터 상무님, 이사님, 부장님 등 회사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사장을 설득하고 나서는 알아서 설득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사전설득대상'을 따로 설득하지 않기로 전략을 변경한 것이 잘못되었다. 만일 원래 전략대로 갔다면, 사장이 지금처럼 애매한 태도를 보이더라도 설득된 대상들이 지지를 표했을 것이기에 지금과 양상이 달랐을 수 있다.

 

7. 회사 내 이해관계

이 사업을 함에 있어서 필자가 사업을 잘 진행하면 곤란할만한 부서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신사업 부서는 어떻게 보면 이 사업의 경쟁상대이고, 우리가 잘되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부서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신사업 부장은 사장의 신임을 얻고 있었으니, 부장의 반대로 진행이 제대로 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사장에게 직접 보고를 할 때도 신사업 부장을 배석하여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신사업 부장의 질문을 모두 방어해도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필자는 부장을 좋게 보는 편은 아니었다. 필자를 포함해 회사 내에서도 신사업 부장은 평판이 매우 안 좋았으며, 능력도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 하지만, 그 인물은 의사결정권자(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었기에, 그의 평판과 별개로 그가 필자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4. 요약

사업의 실패 요인은 필자가 사람을 깊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 가장 크다.

이전 직장에서 재무팀장님은 사람을 강조하시면서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거기서 재직하면서 사람을 잘 알면 어려운 일도 쉽게 되고, 안될 일도 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었다. 그 경험을 생각하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요인들을 너무 간과한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실패 요인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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