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팀빌딩(Team Building)의 어려운 점

패러다임 2023. 10. 9. 01:45

1. 혼자면 외롭고 둘이면 빡친다.

누군가 결혼생활을 위처럼 표현했다고 한다. 필자는 결혼하진 않았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너무 정확하게 알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란 게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같이 있으면 편하고 좋은 사람'은 당연히 있지만, 편한 걸로 따지면 혼자가 최고다.

아님 말고

 

하지만 아쉽게도 창업은 혼자서 하기 매우 어렵다. 사실, 혼자 하기 어렵다기보다는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엄청 긴 책상 하나를 들기 위해서 혼자 일하면 매우 어렵게 들지만, 둘은 생각보다 수월하다. 산업혁명 이후로 분업이 등장하면서 생산성이 매우 높아졌듯, 혼자서 A부터 Z까지 하는 것보다 A는 A가, B는 B가 전담해서 하는 것이 훨씬 생산성이 높다. 많은 투자사들이 1인 창업가에게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런 데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2. 여기는 돌싱 특집 솔로나라

필자는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을 애청하지 않는다. 워낙 남일에 관심이 없는 터라, 지인이 나왔던 기수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돌싱 특집은 뜻밖에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누군가가 그랬다. 나는 솔로는 연애 프로그램이 아니라 휴먼 다큐멘터리라고. 그런데 이번 특집은 정말 사람의 특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미혼보다 연애 난도가 높은 돌싱의 극한 환경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더 리얼하게 나오는 듯싶다.

 

미혼들의 만남보다 돌싱,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의 돌싱은 온갖 제약조건이 다 따라붙는다. 외모, 성격, 직업, 재력을 넘어서 자녀유무, 자녀의 나이, 자녀의 수, 자녀로 인한 시간의 제약 등은 만남의 난이도를 극악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필자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창업 프로그램 {창}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팀을 만들고자 사람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사람의 능력치가 뛰어날수록 많은 제약 조건이 따라붙었다. 그러면서 이것 또한 솔로나라에서 벌어지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3. 여기는 창업 특집 창업나라

솔로나라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있다.

  1. 돌싱은 미혼보다 연애/결혼하기 힘들다.
  2. 애가 있으면 더 힘들다.

창업나라도 똑같다.

  1. 재창업자는 신규창업자보다 시작하기 어렵고, 같이 팀 하기가 어렵다.
  2. 아이템이 있으면 팀이 되기 더 힘들다.

 

좀 덜 와닿는다면 예시를 다시 들어보겠다. 두 집단이 있으면 누가 더 쉽게 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 A집단 : 대학생. 같은 동아리이며 동아리방에서 같이 살다시피 함
  • B집단 : 재창업자들. 각자의 생각과 아이템이 매우 강하며 친밀감이 약하다.

A집단은 따지는 게 없다. 그냥 친하면 창업하는 셈이다. 하지만 B집단은 따지는 게 매우 많다. 누가 CEO를 할 것이며, 지분은 얼마나 받을 것이고, 아이템은 무엇으로 선정할 것이며, 시작은 언제 할 것이고, 투자를 받을지 자체적으로 성장할지, 어디서 창업할지, 동업자는 있는지... 등 자녀가 10명씩 있는 사람이 서로 만나서 결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그렇다고 아무 경험이 없는 사람과 팀이 되긴 어렵다. 조건 협의가 쉽다고 경험 없는 사람으로 팀을 만들기에는 당장 필요한 역량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팀을 만들기가 어렵다.

 

 

4.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필자는 그래도 복을 받았는지 {창}의 많은 분들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같이 팀을 이뤄서 새롭게 창업하는 것부터 영입제안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이게 러브콜을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난감할 때가 많다. 나는 솔로에서 첫인상 선택에서 많은 표를 받은 사람도 마지막에 가면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오히려 0표를 받은 사람보다 매우 괴롭다. 필자도 모든 사람과 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분들의 감정을 망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거절할 때도 반드시 생기게 된다. 이미 여러 번 생겼다.

 

그러면서도 몇 명만 만나보고 팀을 결정하기도 말이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네트워킹하고 팀을 만드려고 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체력적으로도 엄청나게 부담이 된다. 필자는 {창}을 시작하고 4시간 이상 잔 날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지금도 다음 주에 따로 보자고 한 분들이 여럿 있고, 단기 프로젝트도 해야 되고, 회사 일도 해야 되며, 회사 공모전 파이널 PT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블로그를 꾸준히 쓰기로 팀원과 약속한 게 있어서 이 밤까지 블로그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편하게 회사 다닐 때 느끼지 못한 많은 감정들이 다시 든다.

지금 결성된 임시 팀에서도, 하나의 팀으로서 밤까지 같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든든한 마음도 느껴진다.

아침에 투덜거리며 피곤해하면서 일어나지만 이 피곤도 기분이 좋을 지경이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도 기대가 된다.

 

 

그 이유는 하나로 요약이 가능하다. 바로,

지금 나는 내일이 기다려지는 날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 만나서 새벽 1시까지 술마시면서 회의하는 모습. 이날 서울세계 불꽃축제도, 아시안게임 축구 한일전도 안보고 일만 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