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년 전의 수업에서 깨달은 커뮤니케이션 비법
10년 전, 대학교 때 들었던 교양 스피치 수업이 기억난다. 첫 시간에 사람의 말이 얼마나 전달이 되는지를 깨닫기 위해 2인 1조를 이룬 뒤, 시각적으로 공유할 수 없도록 조원과 등을 맞대고 앉는다. 역할에 따라 한 명은 오더를 내리고, 한 명은 듣기만 한 내용으로 오더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미리 나눠준 A4용지 한 장을 오더에 따라서 접거나 찢어서 모양을 만든다. 오더를 하는 사람도 동시에 수행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다르고 '어'다른 정도가 아니라 너무 심각하게 달랐다. 오더가 끝나고 서로의 종이 결과물을 살펴보면서 너무 놀랐다. 두 개의 종이가 맘대로 접은 것처럼 달랐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시는 것처럼, 필자가 저 상황이었는데도 믿기지가 않았다. 생각보다 시각적이나 비언어적으로 소통하는 정보들이 많아서 말로만 전달하면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종이를 반 접어라'라는 말에는 긴 면으로 접을지, 짧은 면으로 접을지가 달라진다. 생각보다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런 결과물을 한번 만들면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인지하면 결과물이 매우 달라진다. 인지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두 번째 결과물은 거의 비슷할 정도로 괜찮게 나왔다. 정말 신기한 것이, 생각보다 말로만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매우 자세하게 말을 전달하게 되었다. 종이를 접으면 어떻게 접는지, 종이를 자르면 어떤 각도로 어떤 부분을 자를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신경 쓰는 것부터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 생각 없이 설명하면 남이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이 수업의 첫걸음이었다.
2. 커뮤니케이션은 문제를 깨닫는 순간 해결된다.
갑자기 오랜만에 나타나서 커뮤니케이션 얘기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필자가 위의 상황을 겪고 있었던 것이 그동안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오류 때문에 계속 진척이 안 됐기 때문이다. 회의를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도 계속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과장이 아니라 오후 6시에 만나서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며칠, 몇 주 내내 회의하고 또 했다. 위의 자료는 자료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할 정도로 많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최근에 내린 결론은 '서로 오해가 있었다'였다. 위의 첫 번째 종이접기 사례처럼 오해가 있어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해졌을 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까지 하루 만에 나왔고 우리의 지향점이나 방향도 명확하게 정리됐다. 커뮤니케이션할 때 상대방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있는 상황인지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3.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미리 없애기
그래서 이제는 회의 시작 전에 각자의 입장을 말하고, 회의가 도중에 막히면 '지금 우리의 대화에서 전달 오류는 없는지'를 중간에 체크하도록 했다. 그래서 지금은 매우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나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내가 전달하는데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오류가 있을 것을 인지하고 오류를 미리 없애면 어떤 상황에서든 효율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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