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현실적인 계획의 역설
필자는 현재 금융권 회사에 재직 중이며 입사한 지 5년 차, 대리로 재직 중이다. 작년 원천징수 기준으로 8,400만 원쯤 됐으니 연봉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목표를 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필자의 26살 당시의 첫 직장은 연봉이 3,000만 원 수준으로 당장 때려치워도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허들이 너무 높아진 탓에 1억을 벌어도 부족할 판국이었다. 어떻게 보면 필자에게 현실적인 계획은 초기 창업가로서는 비현실적인 계획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표를 세웠다.
아주 현실적으로.
1억, 1억을 벌자
왜냐면 필자는 직장을 다녀도 그 정도에 근사한 돈은 버니까 말이다. 특히나 올해 중순에 과장으로 진급할 예정이라 1억이 넘을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목표가 하향된 것이다. 필자의 회사에서 주는 안정감과 복지, 동료, 인프라를 생각한다면 2억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1억을 목표로 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긴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적인 계획인 것을.
2. 목표 설정하기 1 :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계획
창업하면서 아주 중요한 것은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중간중간 마일스톤을 세워서 점검해 나가는 것이다. 마일스톤은 로마 제국의 군인들이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1마일(mile)마다 돌(Stone)을 놓아 만들었다고 해서 마일스톤이라는 표현이 생겼다고 한다. 즉, 목표까지의 거리 중간중간에 표시를 해놓고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필자도 필자 나름대로 오늘 생각나는 목표를 적어봤다.
Milestone(?)
- 궁극적인 목표 : 모르겠음(차차 정해갈 계획)
Milestone(2)
- 가시적 목표 : 올해 말까지 10억의 가치가 있는 회사 만들기(D-262)
- 매출 목표 : 올해 매출 3억, 순이익 1억
(현재 2023-04-13 기준)
Milestone(1)
D-90까지의 목표 : 매출 3천만 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
D-90 : 2023-07-11
이렇게 목표를 생각나는 대로 적고 나서 90일에 맞는 목표로 수정해야 됨을 방금 깨달아서 다시 수정했다.
3개월 만에 3천만 원 매출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목표를 잡았으니 어떻게 3천만 원을 벌건지만 고민하면 돼서 훨씬 수월할 듯싶다.
3. 목표 설정하기 2 : 아주 구체적인 연말 목표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한 말이 생각났다.
꿈을 꾸어서 상상할 때는 꿈이 흑백이어서는 안 된다.
꿈이 컬러로 나올 정도로 아주 디테일하게 꿔야만 그 꿈이 나중에 현실이 된다.
이 말이 생각난 이유가 최근에 유튜브 영상을 봤을 때 래퍼 이영지가 비슷한 말을 했었던 덕분이었다. 우승을 컬러로 꿈꾸고, 그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수상 소감에서도 자신의 곡인 데자뷔는 지금 우승 무대로 완성되었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그 꿈을 예전부터 구체적으로 꾸었을까 싶다.
그래서 필자도 연말에 10억의 가치가 있는 회사, 매출 3억에 순이익 1억을 나는 회사를 만들고 연말 파티하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2022년 연말에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연말 카운트다운을 워커힐 호텔에 있는 Re:BAR에서 했었던 것이었다. 당시에 그 광경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너무 짜릿해서 2023년 카운트다운은 다시 꼭 오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그 상황을 가정해서 2023년 12월 31일을 상상해 보았다.
2023년 12월 31일 저녁 6시.
지인들과 워커힐에서 모였다. 연말에 일요일이라 예약이 쉽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필자가 맘껏 쏘리라는 생각에 덜컥 가장 비싸고 좋은 자리를 예약했다. 남자들만 8명가량 모일 테지만 상관없다. 우리는 남자끼리도 잘 노니까. 역시나 늦는 사람들이 꼭 있다. 회사 선배인 W선배가 차가 너무 막혔다며 허리를 굽히면서 들어오다가 한강이 보이는 경치를 보곤 "이야 역시 성공한 남자는 다르네요~"하고 너스레를 떨여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는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도 있지만, 필자와 미리 맥주를 한잔씩 한 사람들이라 곧잘 친해졌다. 필자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자리에서 즐거운 이야기로 화기애애했다. 너무 텐션이 오른 나머지 옆 테이블의 눈총을 받아서 조금씩 자중해야 했다.
맥주로는 도무지 취기가 오르지 않아서 Re:BAR로 이동했다. 작년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작년에도 H대표님이 소개해주신 낯선 분들과 여기 왔었다. 그때는 팔찌도 없었어서 다른 대표님 오시는 걸 기다리다가 카운트다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날의 신난 분위기는 아직도 어제만큼 생생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올해는 꼭 테이블을 잡아서 여기서 연말 파티를 하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 되었다니, 너무 행복했다.
나이 먹은 꼰대라서 건배사로 파티를 시작한다. 그동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여러분이 계셨기에 제가 여기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씩 웃자 주변에서는 무슨 형식적인 말을 하냐는 듯이 피식거린다. 어림없지. 오늘은 내가 쏠 테니 천만 원 넘게 먹으라고 파이팅 넘치는 건배를 한다. 사람들이 신나서 술도 먹고 낯선 이들에게도 말 걸고 할 때, 필자는 바깥을 내다보며 사색에 잠깐 잠긴다. 그리고 은행 어플을 켜서 직장인 때 받았던 신용대출 잔액을 모두 상환해 버린다.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년에는 더 큰 목표를 잡고 실행할 것이라고.
모두 술이 한껏 오르고 어느새 카운트다운의 순간이 왔다.
Micro Seoul을 갔을 때처럼 하늘에서 새해를 알리는 화려한 것들이 쏟아진다. 같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Happy new year를 외치고 또다시 퍼부어 마신다. 시끄러운 와중에 다시 한번 말한다. 저를 도와주신 여기 계신 분들께 감사하고 이 순간을 위해 달려왔고, 앞으로 더 성공해서 여러분이 사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모두 박수를 쳐주고 필자가 여러 개 잡아놓은 워커힐로 슬슬 향하며 내일을 기약한다.
내년에는 Re:BAR의 테이블이 아닌 독채를 빌릴 것이라는 각오와 함께.
10억이 아닌 100억, 200억을 향해서.
4. 어쩌다 보니 소설
분명히 창업 블로그였는데 웬 소설이 있나 싶다. 그런데, 이 순간을 생각하면 필자의 가치관이 나오는 것 같다. 주변의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를 표할 줄 알며, 그들에게 받은 것 이상으로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목표를 이룰 것이다. 그것이 필자가 사업을 하는 이유고 목표이기 때문이다.
5. 읽어도 남는 게 없네?
사실 이번 포스팅은 필자를 위한 포스팅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각자의 소설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싶다.
혹시 아는가. 독자분들도 워커힐에 같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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